※ 이 글은 영화를 보고 나서 쓰는 글이라 영화의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박정민 주연의 '얼굴'을 봤습니다.
오랜만에 제대로 몰입해서 본 영화였습니다.
박정민 배우가 1인2역으로 자신의 캐릭터와 권해효 배우의 젊은 시절을 연기했는데, 권해효 배우의 말투와 음성까지 완벽하게 재현해낸 연기력에 먼저 놀랐습니다. 하지만 더 강렬하게 남은 건 영화가 던지는 질문이었습니다.
쉽게 평가하는 말의 폭력성
아름다운 것을 좋아하는 건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문제는 그걸 타인에게 함부로 평가하고 말하는 행위입니다.
특히 "못생겼다"는 말.
영화 속 어머니는 평범한 얼굴을 가진, 사교성 없고 꾸미지 않는 순박한 사람이었습니다.
그런 사람을 주변 사람들은 "괴물같이 못생겼다"고 말했습니다.
단순히 외모 평가가 아니라, 그 말은 그녀의 존재 전체를 규정하는 폭력이 되었습니다.
시각장애인 남편을 조롱하기 위해 "미인"이라고 거짓말을 했던 사람들.
결혼을 부추기며 웃었던 사람들.
그들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쌓여서 한 사람의 삶을, 그리고 한 가족 전체를 파괴했습니다.
집단적 동조, 그리고 세뇌
더 섬뜩한 건 영화 속 등장인물들 모두가 진심으로 그렇게 믿고 있다는 점입니다. 마치 세뇌된 것처럼.
처음엔 누군가 한 명이 조롱으로 시작한 말이었을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한 사람이 그렇게 말하니까, 다음 사람은 정말 그렇게 느끼지 않았어도 쉽게 동조하게 된 것일까요.
그리고 더 많은 사람이 그렇게 말하니까, 나중에 오는 사람들은 의심 없이 받아들였던 것일까요.
반복된 말은 결국 사람들의 '눈' 자체를 바꿔버립니다.
실제 얼굴이 어떻든, 모두가 말하는 그 이미지가 진실이 되어버리는 것입니다.
집단적으로 만들어진 허구가 객관적 사실처럼 굳어진 것처럼 보였습니다.
마지막 사진이 보여준 진실
영화 내내 관객인 저도 등장인물들의 말에 영향을 받아 어머니를 상상했습니다.
그런데 마지막에 나온 어머니의 실제 사진. 평범하고 괜찮은 얼굴이었습니다.
사람들이 말했던 것과 거리가 멀었습니다.
그 순간 깨달았습니다.
저 역시 타인의 말에 휘둘리고 있었다는 것을.
영화는 이렇게 관객에게도 직접 경험하게 만듭니다.
타인의 말이 얼마나 강력한 폭력이 될 수 있는지를.
박정민이 연기한 아들은 그 사진을 보고 오열합니다.
평생 타인의 말 속에 갇혀 있던 어머니를 그제야 만난 것입니다.
우리는 얼마나 쉽게 평가하고 있는가
영화를 보고 나서 계속 생각하게 됩니다.
나는 얼마나 쉽게 타인을 평가하고 말하고 있는가.
모두가 그렇게 말하니까, 별 생각 없이 동조하고 있지는 않은가.
누군가에게 던진 말 한마디가 그 사람의 삶 전체를 규정할 수도 있다는 것.
그리고 그 말들이 모이면 진실처럼 굳어져버린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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